최근 가격 인상을 두고서 철근과 H형강을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7월 들어 두 품목의 희비가 명확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철근은 7월 들어 건설향 판매가격을 66만 원 유통향 판매가격은 65만 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시장에 알렸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시중 유통가격도 금세 재편되기 시작했다. 현재 7월 시중 철근 유통가격은 제강사 인상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H형강은 6월 중순과 하순께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의 인상을 꾀한 바 있지만 인상을 앞두고 일부 가수요가 발생했을 뿐 사실상 가격 인상에 대한 부분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기로에서 제작되는 두 품목이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한 이유를 두고서 다양한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재 H형강 생산업체들이 처한 상황을 놓고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 가격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급조절 어려움, 공급의 과잉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H형강 공급량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철근의 경우 연 초부터 최적생산체제를 유지하며 타이트한 수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H형강의 경우 동국제강의 대보수가 진행됐던 1월 이후 재고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H형강 재고가 적었던 2월 당시 유통가격이 80만 원선을 회복했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수급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수요에 맞춰 최적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철근과 달리 H형강 생산업체가 탄력적인 생산체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업체 간 생산능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H형강 제강사로 대표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생산능력 격차는 2배 이상이다.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양사가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려고 하더라도 각사마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이 다르기에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그렇다고 양사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한쪽이 희생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그 피해가 너무 눈에 띄게 발생한다. 현재로써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험난해진 수출 판로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가격 인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내수 위주 품목인 철근과 달리 H형강의 경우 수출량이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바람에 수출 판로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으니 매출 확보에 대한 제강사의 부담은 가중되고 가격인상에 대한 제강사의 정책도 시장에 먹히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제강사 입장에서 H형강 수출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 이어졌던 숙제”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추후에도 계속해서 제강사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 H형강 공세 유무
수입 제품의 존재 유무도 가격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산 제품의 대체재로 활용될 수 있는 수입 제품의 공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수입량이 크게 줄어든 철근과 달리 H형강의 경우 수입량이 여전히 견지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급현황을 살펴보면 철근의 경우 국내수요에서 수입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약 4%에 불과한 반면, H형강은 약 15% 이상을 수입산 제품이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현재 H형강 시장은 철근에 비해 시장 안팎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매출은 매출대로 또한, 수익은 수익대로 시급한 시점에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제강사들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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