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이 끊길까 우려됐던 국산 무늬강판(Checkered Plates) 생산이 일단 유지된다. 국내 유일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이 무늬강판 생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무늬철판, 체크플레이트 등으로도 불리는 무늬강판은 바닥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을 엠보싱(Embossing) 처리한 제품이다. 철재로 된 구조물의 계단이나 주차장 바닥재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무늬강판을 전기로 열연설비에서 생산해왔다. 체크무늬를 찍어내는 롤(Roll)에 전기로 열연설비에서 생산한 박판 열연을 밀어 넣는 방식이다. 연간 수요가 10만톤 정도로 큰 편은 아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썩 괜찮은 아이템으로 꼽혔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표면을 처리해 만든 무늬 강판
▲ 미끄럼 방지를 위해 표면을 처리해 만든 무늬 강판
문제는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설비(A열연)를 폐쇄키로 하면서 부각됐다. 과거 포스코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현대제철 또한 무늬강판 생산을 중단할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고로 열연설비에서 무늬강판을 생산하는 쪽을 택했다. 롤을 갈아 끼우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생산성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오히려 제조원가 측면에선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상적으로 전기로 열연설비의 제조원가는 고로 열연설비보다 톤당 3만원에서 5만원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판 슬래브를 사용하는 전기로 열연설비보다 압연 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제조원가가 더 높아질 것으로는 보이진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와 별개로 짧은 기간만 생산을 지속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강판 주문이 줄면서 발생한 자급재용 열연 롤을 일시적으로 채우기 위함으로 보인다는 것.

이와 관련 현대제철 관계자는 “향후에도 자동차 관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생산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그동안 전기로 열연설비에서 생산했던 일반재 열연의 경우도 현재 고로 열연설비에서 대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주요 수요처이자 그룹사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연간 자동차 판매실적은 최근 몇 년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2015년 2년 연속 세계 판매 800만대를 달성한 이후 한 차례도 800만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시장에 1,000만대를 팔아 ‘글로벌 빅(BIG)3’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한풀 꺾인 지 오래다.

현대제철이 전기로 열연 설비에서 생산하던 무늬강판 및 박판 열연을 고로 열연설비에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산 무늬강판은 5년여 전부터 현대제철의 독점 생산체제가 형성됐다. 포스코가 2015년 하이밀 전기로 열연설비를 멈춰 세우면서 무늬강판 사업에서 손을 뗐기 때문. 포스코가 무늬강판을 만들던 당시 연간 판매량은 현대제철 4만~5만톤, 포스코 3만톤, 수입재(주로 일본산) 1만톤 정도였다. 현재는 현대제철이 연간 10만톤 수요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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