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유통업체들을 바라보는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소수의 물량만으로 시장의 균형이 깨졌었던 과거의 사례를 들춰봤을 때 최근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유통업체들의 상황이 폭탄을 짊어진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부족한 재고, 심화된 수요 양극화
최근 철근 유통시장을 살펴보면 백이면 백 재고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가장 먼저 피력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항상 뒤따라 나오는 말이 있다. 재고가 부족하다고 해서 수요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 철근 수요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5월 내수와 수입량을 더한 명목소비량은 399만 5,000톤으로 지난해 457만 9,000톤 대비 12.7%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형 현장보다는 중소형 현장 위주의 바닥수요가 더 가파르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제강사들은 전체 출하량 측면에서 평년보다는 줄었지만 당초 목표했던 판매 진도율을 상회하는 수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반면, 바닥수요 부진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호소는 더욱 짙어지면서 수요의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이다.

바닥수요 부진에 꽁꽁 얼어버린 가격
시중 철근 유통가격의 경우 제강사의 최적생산‧최적판매 체제가 본격화된 4월 이후 근 4개월 동안 판매원가 수준으로 고정되어 있다.

저가 판매로 인한 적자마감 부담과 제강사의 할인에 기대어 수익을 창출하던 비정상적인 판매 관행에서는 벗어났지만 판매원가 수준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어 정작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문제는 바닥수요가 없다보니 판매원가 이상으로 유통가격을 끌어올릴 동력도 함께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만약 가격을 올렸다고 해도 제강사의 건설향 판매가격이 상한선을 지키고 있어 실질적으로 유통업체들이 운용할 수 있는 가격의 폭은 넓지 않은 상태다.

부실 유통업체 등장 가능성 높아져
바닥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없다보니 시세가 판매원가 수준에서 고정되어 있고 유통업체 입장에선 소폭의 마진이나 노마진 거래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통업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있는 방법은 박리다매 식으로 많은 양을 거래하는 것이 거의 유일해진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고가 부족한 상황으로 인해 쉽지 않다.

결국 유통업체들의 부실화 위험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부족한 수익을 메우기 위해 많은 재고를 확보해야 하고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서 익월 말 결제를 활용, 고가로 제품을 매입한 뒤 즉시현금가로 저가품을 시장에 내놓는 식의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여기까지 상황이 악화되면 시장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저가품이 하나 둘씩 시장에 나타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야말로 폭탄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수요의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시장의 한 축이 곪아 들어가고 있다.”라며, “아무런 대책 없이 덮어놓기만 해가지고는 추후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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