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철강업계가 하반기 행보를 시작했다. 이미 한 차례 홍역을 겪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변수도 많고, 걸어갈 길도 평탄치만 않아 보인다. 그러나 나아가야할 길이다. 완벽한 예측은 어렵지만 합리적인 예측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주요 철강업체 마케팅 팀장과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하반기 철강 시장 전망을 듣는 시간을 마련해봤다. 패널로는 김웅기 포스코 마케팅전략그룹 팀장, 강민석 현대제철 영업기획팀 팀장,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이 참석했다.
스틸데일리 주관 ´2020 하반기 철강 시황 전망 간담회´가 16일 오후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포스코·현대제철 마케팅 담당 팀장과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 스틸데일리 주관 ´2020 하반기 철강 시황 전망 간담회´가 16일 오후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포스코·현대제철 마케팅 담당 팀장과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Q> 상반기 철강시장을 간단히 돌아보자면?

A> 김윤상 팀장(하이투자증권)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중국만 좋았고, 그 외는 나빴다’. 최근 몇 주간 중국 증시 방향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에 대한 기대감은 굉장히 많이 올라온 상황이다. 철강 가격뿐만 아니라 비철금속가격도 연초 수준을 넘어섰다.

유동성 측면에서 바라본 철강수급의 경우도 2~3월 코로나19 여파로 좋지 않았지만,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많이 올라왔다. 중국이 글로벌 커머디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결국 ‘현재 철강경기가 회복이 됐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지역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키도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만 놓고 보면 노멀한 수준을 회복했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을 경험하는 초유의 증상을 겪고 있는 셈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은 상반기 철강시장을 ´중국만 좋았다´고 요약하며, 하반기 시장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은 상반기 철강시장을 ´중국만 좋았다´고 요약하며, 하반기 시장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A> 김웅기 팀장(포스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 외 모든 시장이 침체됐다는 데 동의한다. 사실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2월만 하더라도 피해가 중국에 국한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다가왔다.

중국 가격의 경우 4월을 바닥으로 최근까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상승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철광석 등 원료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사들이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시장논리보다는 메이커 중심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현상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국은 거의 정상화되었다고 보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주요 철강 소비국들은 코로나 이전의 70% 정도 회복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각국에서 산업 시설을 재가동하곤 있지만, 중국보다는 회복세가 더뎌 보인다. 이로 인해 하반기 전망도 상반기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 강민석 팀장(현대제철) 판재류가 아닌 봉형강 쪽 내용을 보완해보겠다. 봉형강 시장은 원래도 수요 감소기를 지나는 상황이었다. 건설경기가 2018년 피크를 기점으로 조금씩 내려오는 가운데 여러 변수가 맞물렸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철근은 14%, 형강은 10% 가량 수요가 줄었다. 하반기에도 크게 좋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나마 기대하는 건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이다. 대형 SOC 사업 확대가 내심 기대된다.

Q> 포스코는 2분기 열연 판매가 늘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A> 김웅기 팀장(포스코)
2분기 열연 판매가 늘어난 것은 1분기 생산량 감소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사전에 계획했던 광양 3고로 개수 및 4열연공장 합리화 공사를 진행하면서 4월까지 자연스러운 감산 기조가 유지됐다.

Q> 철광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A> 김윤상 팀장(하이투자증권)
철광석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홍수 여파로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가격이 오른(106달러→112달러) 상태다.

게다가 홍수가 끝나고 나면 재난 이후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더욱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고정산업 투자라든지, 건설산업지표도 썩 괜찮은 상황이다. 중국의 수요 확대와 관련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인데다가 코로나19 불확실성까지 있음을 고려하면 철광석 가격은 강세를 보일 것이 유력하다.

Q> 철광석 가격이 오르는 게 제품 가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A> 김웅기 팀장(포스코)
원료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만 있다면, 철강사들 입장에서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따라서 원료가격 상승을 반길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철광석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사용량이 늘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란 판단이다.
김웅기 포스코 마케팅전략그룹 팀장은 원료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키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하반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김웅기 포스코 마케팅전략그룹 팀장은 원료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키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하반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Q> 하반기 철강수급, 어떻게 보는가?

A> 김웅기 팀장(포스코)
평소에도 예측이 어렵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국내와 중국이 비교적 견조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국가가 굉장히 저조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하반기를 그리 희망적으로 보긴 어렵다.

사실 중국 같은 경우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경기를 회복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통제 정책이 주효했다고 판단되며, 이러한 회복 사이클을 일반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 특히, 미주나 유럽의 경우는 최근 2차 확산이라고 할 정도로 재확산이 진행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점진적인 회복은 이뤄지겠지만 회복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A> 강민석 팀장(현대제철) 매크로 전망의 전제조건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다.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으로 번지게 되면 중국을 비롯한 모든 지역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되고, 2021년까지도 플러스 성장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현재 상황으로 가정하면 중국 중심의 가격 인상흐름이 꾸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중국 가격이 오르면 국내 가격은 2~3달 후행한다. 문제는 수요산업이 워낙 부진하다 보니 엔드유저에게 가격 인상분을 전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원가 상승 원인 탓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산업만 놓고 봐도 올해 수요가 작년보다 20% 줄어들 전망이고, 내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요 수요처와의 거래에서 넛 크래커 현상이 발생하는 부담감 또한 있다.

3분기는 결국 V자 경기 반등으로 가고 있는 중국이 구심점이 되어 움직일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인도, 유럽, 미국 쪽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변수다. 이 시장의 회복 여하에 따라 반등하는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CRU, WSD 등 주요 기관은 3분기까지 우선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2분기가 저점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냉연 시장 쪽에선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재고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히 있지만, 최근 상용차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상용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류 관련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를 실어 나를 상용차 수요 또한 급증했다. 국내 철강사가 중국을 다시 수출 시장으로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강민석 현대제철 영업기획팀 팀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에 따라 하반기 및 향후 전망에 변수가 커질 것이라 말했다.
▲ 강민석 현대제철 영업기획팀 팀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에 따라 하반기 및 향후 전망에 변수가 커질 것이라 말했다.
Q> 봉형강 부문 전망은 어떠한가? 건설경기에 달려있다고 보면 되는지.

A> 강민석 팀장(현대제철)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철근과 형강 모두 올해 총 수요를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하여 낮춰 잡았다. 최적의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중이다.

주택 수요가 대부분인 철근의 경우 상반기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하반기가 관건이다. 인허가 기간 등을 고려하면 분양에 따른 실질적인 철근 수요는 4~6개월 후행하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수입산 철근‧형강도 변수다. 최근 수입재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일본산이나 바레인산 등 수입재가 들어올 경우 언제든지 시장이 엎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A> 김윤상 팀장(하이투자증권) 수요 전망은 현대제철과 같은 입장이다. 봉형강의 경우 판재류 등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나은 편이다. H빔 수요가 유지됐고, 철근도 상반기까지 실적이 잘 나왔다. 제강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생산을 했고, 미국과 일본처럼 스크랩을 많이 수출하는 지역의 여건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스크랩 가격이 폭락했다.

하반기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중국 내수가격이 워낙 좋다 보니 수입재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줄었다. 긍정적인 상황이다. 전극봉 등 부재료 가격까지 고려하면 상황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판재류보다는 사정이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Q> 하반기 수요 변화에 따른 포스코의 방향은?

A> 김웅기 팀장(포스코)
6월을 저점으로 3분기부터 판매상황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들어 자동차 생산이 급감하면서 주요 판매제품인 자동차용 소재 판매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특히, 해외 주요 지역의 락다운(Lock Down) 등 생산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해외법인으로 판매하는 자동차용 소재 판매량이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업계가 생산을 재개하면서 판매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내수에서는 적극적인 수입재 대응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일본산 열연 유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4~6월 수입소재 대체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수입산 소재의 유입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3분기에도 내수 판매량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수입재 차단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3분기부터는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유통가격 상승세로 국내외 가격 인상 여건이 무르익은 만큼 우선적으로 수출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국내는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고객사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Q> 하반기 수요 변화에 따른 현대제철의 방향은?

A> 강민석 팀장(현대제철)
하반기에 접어든 시점이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주요 전방산업 대부분 회복세가 더디다. 크게 판재와 봉형강 두 부문으로 보면 판재는 수익성 위주, 봉형강은 건설 등 시장 수요 상황을 보며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서는 고객 리스크 관리라든지 재고 축소 운영,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한 비대면 영업 등을 구상 중이다. 코로나19가 더욱 장기화할 것에 대비하여 재택근무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재고하고 있는 상태다.

수요 부담은 여전하다. 내수 판매는 물론이고, 미국 등 주요 수출길이 좁아진 것에 대한 걱정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Q> 한국판 뉴딜 정책이 발표됐다. 철강업계의 기대감은 어떠한가?

A> 김웅기 팀장(포스코)
제조업보다는 IT 쪽에 집중된 느낌이 짙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경기부양책도 철강업계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던 것처럼 철강 부문 수요 창출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다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매 확대를 진행 중인 친환경차,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A> 강민석 팀장(현대제철)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로 갈린 정책에서 기회를 엿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전통적인 건축 토목 등에 쏠렸던 시선을 생각지 못한 기회요인을 포착하는 쪽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철강사로서는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뉴딜 정책과 관련한 신수요 개발이라든지 새로운 기회를 찾는 움직임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Q> 포스코는 최근 이노빌트 관련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

A> 김웅기 팀장(포스코)
최근 2~3년 정도 자동차산업이 부진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관한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자동차강판, 선재, CHQ, STS 배기구 자동차용 소재를 전부 포함하면 제품 포트폴리오 자체가 자동차 쪽에 상당 부분 집중되어있다 보니 리스크 또한 컸다. 그동안 자동차가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한 건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선이 필요했다.

이노빌트가 탄생한 배경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앞으로도 강건재 수요를 더 많이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상 리스크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조선쪽에선 친환경 에너지 강재 개발에 나서고 있고, 자동차 제품에서는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친환경차용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Q> 포스트코로나 시대, 국내 철강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김윤상 팀장 (하이투자증권)
세계 철강 사이클은 일본→한국→중국→동남아 순으로 이동하고 있다. 1980~1990년대 정점을 겪은 일본 철강사들이 성장 수요가 사라진 이후 어떻게 움직였나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더 이상 판매량이나 마켓 쉐어, 규모를 확장하는 방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수익구조를 구축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 입장이 아니라 미래를 길게 보고 산업 전반에 대한 개선책 마련에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A> 강민석 팀장(현대제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체질 개선과 미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 케파 조정이라든지, 운영에 대한 효율화, 내수 시장 공고화 등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체질 개선 및 미래 투자 확대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바탕이 되면 시장 회복기가 왔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A> 김웅기 팀장(포스코) 단기적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사실 포스코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분기 적자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이다. 그러나 얻을 것도 있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잡아내면서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앞서 말한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미래 트렌드 시장에 발빠른 대응을 통해 미래를 대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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