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서정 고문 최영수 (前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 법무법인 서정 고문 최영수 (前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부당공동행위는 사업자가 상호 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인상·인하하기도 하고, 출고 조절 등과 같은 내용으로 상호 합의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피하는 행위로서 이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담합, 즉 카르텔은 효율성 증대 없이 다양한 폐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에 흔히들 경쟁에서의 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담합은 사업자가 신기술이나 신상품을 개발할 동기부여를 감소시킨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고비용으로 질 낮은 상품을 여타 선택권 없이 강제로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공정위 의결서 관련 자료에 의하면 철강업계가 부당공동행위와 관련해 시정 조치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내용을 보면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인상·인하한 사례, 입찰참여와 관련해 입찰담합으로 인한 과징금 부과 등의 사례가 비중을 비교적 높게 차지한다.

담합 유형 중에서도 위반규모와 처벌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입찰담합은 △입찰가격 담합 △낙찰예정자의 사전결정 △경쟁 입찰을 수의계약으로 유도 △수주물량 등의 결정 △경영간섭 등 5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에 따른 공정위의 제재조치는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형사고발 등이다.

지난시절 철강업계가 담합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시정 조치된 사례가 적지 않은 규모이고 업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도 다소 부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이제부터라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픈 기억이지만 과거사례에서 나름대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공정위가 처분한 철강분야의 담합 제재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다수 있으나 본 고에서는 최근의 두 가지 사례를 되돌아보고 향후 철강업계가 이를 계기로 보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시사점을 함께 모색했으면 한다.

◆전기로 업체 철근 판매가격 담합 사례

먼저, 6개 제강사의 철근 판매가격 담합행위 건(공정위 의결 제2018-69호, 2018. 12. 20.)의 사례이다. 공정위는 6개 제강사들의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 기간 중 철근 판매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총 1,19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개 법인을 검찰 고발하였다.

이하에서는 공정위가 밝힌 담합의 실행과정을 요약해 본다. 합의가 된 배경은 2015년부터 건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중국산 철근 수입량 증가1), 원재료(고철) 가격의 하락2) 및 이로 인한 수요처의 가격 인상 반대 등으로 인해 철근 시세는 회복되지 않았다. 제강사들이 기준 가격에서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판매가격 경쟁이 계속되면 철근 시세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6개 제강사는 영업 팀장급 회의체를 조직하고 약 20개월 동안 서울 마포구 소재 카페, 식당 등에서 30여 차례 이상 모임과 전화 연락 등을 통해 월별로 적용할 할인 폭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6개 제강사들은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 기간 동안 총 12차례의 월별 합의를 통해 각 월의 직판향(向) 또는 유통향(向) 물량의 할인 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직판향 물량의 경우 담합 초기에는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2015년 8월 이후에는 구체적인 할인 폭을 결정하여 합의하는 등 총 8차례 월별 할인 폭을 합의했다. 유통향 물량은 총 12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월별 (최대)할인 폭을 결정하여 합의했다는 것이다.

각 사별로 할인 폭의 축소 정도는 동일하지 않지만 합의가 있는 달은 전달보다 할인 폭이 축소되는등 합의 내용이 실제 실행되어 실거래가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공정위 판단이다. 예를 들어 2015년 5월 기준가 대비 최대 할인 폭을 8만 원으로 제한하자 유통 가격은 최저 52만 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2015년 6월에 전월 대비 할인 폭을 2만 원 축소하자 최저 유통 가격이 54만 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가격 지지 효과가
발생했다.

다만, 철근과 같은 중간재는 지불 수단, 운송 거리, 거래 기간 등의 조건에 따라 추가 할인이 적용되고, 일부 담합 참여자의 기만적 행위(cheating), 거래 상대방의 협상력 등에 따라 축소 폭은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2015년 6월의 경우 유통 할인 폭을 5월 대비 2만원/톤 축소하기로 함에 따라 각 사별 할인 폭의 변동분이 13,000원부터 27,000원까지의 범위로 축소
되었다. 또한 6개 제강사들은 합의 실행 이후 시간의 경과하면서 합의의 효과가 약화되면 재합의 및 실행을 반복함으로써 담합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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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입 철근량 현황(총 공급량 대비 비중) [2013년] 47만톤(4.5%) → [2014년] 66만톤(6.4%) → [2015년] 112만톤(9.9%) → [2016년] 132만톤(10.9%)
2) 원재료(고철) 가격 변동(단위: 원/톤) [2013년] 412,506 → [2014년] 363,841 → [2015년] 249,243 → [2016년] 25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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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관 업체 입찰 담합 사례

다음으로 한국가스공사 발주 강관 구매 입찰 관련 6개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의결 제 2017-373호, 2017. 12. 21.)이다. 공정위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강관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사, 투찰가격, 물량 배분을 담합한 6개 강관 제조사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21억 원을 부과하고 사업자 모두를 검찰에 고발하였다.

이하는 공정위가 밝힌 담합의 실행과정 요약이다. 합의 개요를 보면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강관 구매 입찰에서 6개 강관 제조사들은 2003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총 33건의 입찰3) 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 예정사, 투찰 가격, 낙찰 물량의 배분을 합의했다.

그 배경은 한국가스공사가 2000년대 초반부터 가스 주(主)배관 공사4) 를 확대하면서 다량의 강관 구매 입찰을 실시하자 6개 강관 제조사들은 최저가 낙찰제에 따른 저가 수주 방지와 균등하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함이었다.

이에 대한 실행으로 6개 강관 제조사들은 입찰 당일 낙찰 예정사로 합의된 사업자가 들러리 사업자들에게 투찰 가격을 알려주었고, 들러리 사업자들은 낙찰 예정사가 알려준 가격대로 투찰5) 하였다. 다만, 물량 배분과 관련하여 2012년 이전에는 합의된 내용대로 균등하게 물량 배분이 이루어졌지만, 2013년부터는 낙찰 물량의 일부를 다른 업체에 외주를 주어 생산하는 것을 한국가스공사가 허용하지 않아 물량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이상 2건의 담합사례를 살펴보았는데 이후 각 사건의 사업자 중 일부는 해당 심결에 불복해 2심인 고등법원과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받은 바있다. 일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2심 재판에서는 각 업체의 사정을 고려하여 위법성 정도를 판단하고 공정위 처분에 대해 원안 인용이나 일부 감경을 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

우리가 지난 과거의 사례를 되돌아보는 것은 현재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미래를 보다 알차게 준비하기 위함이다. 결국 철강업계가 부당공동행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첫째는 구성원의 인식과 행태의 개선이다. 경쟁을 회피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사업을 영위하려는 유혹을 뒤로하고 현행 법체계를 올바로 이해하여 이를 지켜가는 공정문화를 정립하고 확산하는 노력을 구성원 모두가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 맞는 제도가 CP제도이다. CP는 기업들이 공정거래관련 법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기 위해 운용하는 내부준법시스템으로 임직원들에게 경쟁법 준수를 위한 명확한 행동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법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함과 동시에 위반 행위 여부를 조기에 발견하여 대응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이 CP를 운영하면 공정위는 CP평가를 통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직권조사 면제와 공표하향명령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둘째는 자진신고 감면제도(Leniency Program)와 공동행위인가제도의 적극 활용이다. 자진 신고 감면제도는 기왕에 벌어진 불가피한 담합에 대하여 공정위 조사 이전에 사업자가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하여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감면받고 고발도 면제받아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이므로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산업합리화나 연구·기술개발, 불황극복, 거래조건 합리화 등 산업적·경제적으로 필요한 사유가 있다면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활용하여 업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셋째는 공정위의 조사 및 심결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제거하기 위해 외부협력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업자가 자기방어를 위해서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분석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치열한 노력이 요구되는데 이는 사실상 품이 많이 들고 성과는 적게 나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조금은 힘든 분야이다.

최근 철강업계에서도 카르텔과 같은 부당공동행위 관련 상담이 비교적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인의 전언은 긍정적 측면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률관련 증빙서류를 준비하고 이를 파악해서 증명하는일이 사업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까다로운 과정이라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이 때는 조력을 검토해 볼 만 하다.

앞에서의 제언들을 철강산업 구성원 모두가 잘 이해하고 이를 보다 활성화하면서 체감토록 해 나간다면 담합과 같은 사업자 간 불공정거래행위는 사전에 예방될 것이고 이로 인한 시간적 부담과 경제적 손해도 획기적으로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 아니 조만간 철강업계가 과거 담합사례의 시사점을 교훈삼아 동일한 제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성장의 디딤돌을 다져 나감으로써 업계 전반에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문화가 바람직스럽게 확산되고 기업경쟁력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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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3건 입찰의 계약 금액 총계는 7,350억 원(부가가치세 제외)
4)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원산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한 후 이를 다시 기화하여 대량 수요자인 발전소 및 전국의 도시가스회사에 공급하는데, 이를 위한 배관망을 구축하는 공사를 말함.
5) 한국가스공사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는 대면 입찰 방식으로 입찰을 실시했는데,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한국가스공사 입찰실에 들어가기 전에 만나 낙찰 예정사가 들러리 사업자들에게 투찰 가격을 알려주었고, 2011년 이후에는 전자 입찰 방식으로 입찰을 실시하였는데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투찰하거나 낙찰 예정사의 직원이 들러리 사(社)를 방문하여 감시 하에 투찰이 이루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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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 약력]
현, 법무법인 서정 고문

전, 법무법인 큰솔 고문
전, 공정위 규제개혁단장
전, 서울사무소 제조하도급과장(건설용역, 가맹사업 포함) 부이사관 대우
전, 부산사무소 소장
전, 대전사무소 소장
전, 세종연구소(국가전략과정) 파견
전, 대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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