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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논단] 코로나 이후 한국 철강산업은 어디로 가야하나?
2020-09-01 06:40  l  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이번에는 한국 철강산업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는 충격의 성격이 다르고 충격을 받는 한국 철강산업의 성장단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국 철강산업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성장단계에 있었지만 지금은 철강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이 후퇴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부와 철강업계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로 한국 철강산업은 구조적 후퇴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철강산업 사양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철강산업의 사양화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 철강시장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포스코 현대제철 두 선도기업이 역사상 처음으로 경영적자로 들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철강 선도기업의 경영전략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양적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 선도기업마저 적자로 들어서면서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철강 선도기업들이 그들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되면서 시장지배력에 의존하는 가격전략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선도기업도 국제 시장가격으로 빠르게 수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과정에 철강 선도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선도기업으로서 역할보다는 자기 살기가 바빠진 철강 선도기업들은 과감하게 생존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영전략이 바뀌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업은 국내 여타 철강사와 철강유통 가공산업 등이다. 선도기업으로부터 낙수효과는 사라지고 오히려 선도기업 가까이 갈수록 더 큰 위기를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도기업으로부터 낙수효과가 줄어들면서 선도기업과 여타 철강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철강 선도기업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타 철강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로 인해 여타 철강사나 유통 가공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영활동에 대한 공정위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한국 철강산업은 선도기업 중심의 양적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타 철강사나 철강유통 가공의 경쟁력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이다. 앞으로 철강 선도기업보다 철강과 수요산업 사이를 연결하는 철강유통 및 가공산업의 발전이 우리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중국경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제조업 부문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결국 세계 철강산업이 더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은 이미 수출입 의존도가 너무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철강재 수출은 국제경쟁력의 결과이기보다 과잉해소를 위한 밀어내기 등 불가피한 선택이다. 따라서 수출로 돈 벌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미래를 위해 가장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은 수입재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을 억제하는 데는 두 가지 힘이 작동한다. 하나는 선도 철강사의 국내 시장지배력이고 다른 하나는 품질 가격의 국제경쟁력이다.

선도기업이 시장지배력으로 수입재를 방어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있다. 선도기업이 시장지배력으로 수입을 방어하다보면 선도기업은 더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게 되고 시장지배력이 남용되는 사례도 늘어나게 된다. 부작용이 적은 수입방어 방법은 국제경쟁력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 포기와 철강사의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내수가 줄어들고 수출입에서 밀리면 철강산업은 감산과 구조조정이 본격화 된다.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조정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은 너무 빨라도 문제지만 너무 늦어도 문제다. 그래서 구조조정 속도를 조정하는 정부 산업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금융시스템 전반을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KG동부제철의 구조조정 사례를 보면 구조조정을 통해 감산도 가능해지고 새로운 경영전략도 만들어진다. 상대적으로 철강산업에서 경험이 적은 KG그룹이 동부제철을 인수함으로써 동부제철이 제시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이 국내 다른 철강사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에 누적된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전기로 봉형강보다 고로 판재류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크고 시장지배력을 가진 고로사가 더 큰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후퇴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이다. 이들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자신의 위기를 여타 철강사나 유통 가공에 떠넘기려 할 수도 있다.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철강재 품목별로 보면 가장 교역재적 성격을 가진 스테인리스 산업이 먼저 후퇴하고 있다. 스테인리스는 열연 독점과 같은 구조적 비효율성으로 인해 세계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봉형강류인 철근은 내수산업이다. 전기로는 상대적으로 고정비가 낮고 국내 철스크랩 산업과 연계하여 존립할 수 있는 여지가 넓은 편이다. 전기로 산업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전기로와 철스크랩의 산업간 불균형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나친 경쟁은 과잉을 만들고 산업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지나친 경쟁으로 선도기업이 너무 빨리 후퇴하면 선도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철강산업의 후퇴속도가 너무 빨라진다. 그래서 적정한 경쟁의 강도를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선도기업이 한국 철강산업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어느정도 분담하는 것이 대응방안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한국 철강산업은 더 이상 시장지배력 중심, 선도기업 중심 양적성장이 어렵게 되었다. 선도기업이 적자로 들어서면서 선도기업의 경영전략이 바뀌고 산업의 성장패턴도 바뀔 수밖에 없다. 투자와 시장지배력 중심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시장적응속도를 높여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상황에 맞는 새로운 철강사 경영전략과 정부 산업정책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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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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