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투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수도권은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격상되기는 했지만, 어쩌면 겨울철 대 유행을 막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 아닌가 싶다. 섣부른 진단은 금물이지만, 1년 가까이 이어져온 코로나19와의 전쟁도 출구가 보이는 듯싶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아무튼지 코로나는 우리생활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은 어떻게 변했고, 철강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가장 큰 영향은 어떤 전염병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두려움은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도 저축 증가율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는 보도가 있다. 저축률이 늘어난다는 말은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전반적 강재 수요 감소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부가 방역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가령 지정병원이나 요양원, 교육기관 등 건축물 투자와 방역 관련 기기 및 소모품 수요 증가는 철강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대면 영업에 따른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재택(在宅)근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은 뜻밖의 결과로 이어지는 듯하다. 사업주 입장에서 사람이 많이 필요치 않다는 자각(自覺)을 한 것이다. 가령 영업 인력 1~2명이 줄면 영업차질이 발생하고, 매출이 줄고, 회사가 큰일 날 줄 알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더라는 점이다. 사업주는 더 나아가 사무실 공간이 클 필요도 없고, 관리비도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좀 더 확대해서 보자면 앞으로 오피스텔은 임대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특히 대형 평수), 장기적으로 건축용 강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긍정적인 측면은 존재한다.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관련 장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소형 가전(특히 영상가전) 수요가 늘면서 냉연 도금이나 컬러, STS도 이와 관련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세 번째는 온라인 비즈니스 활성화다. 가장 핫한 곳은 교육과 인터넷 쇼핑몰 분야다. 세미나도 점차 온라인으로 바뀌는 추세다. 심지어 장례식과 전시회까지 온라인이 늘고 있다. 덕분에 물류 및 택배사업은 매출이 급증했다. 아마 이 부문은 코로나가 끝나도 확대될 것이고, 어느 순간 보편화가 될 것이다. 철강 e-biz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물류와 가공, 클레임처리, 무엇보다 신용과 관련한 부분은 좀 더 확실한 해결책이 나와야겠지만 이 역시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는 힘의 균형을 변화시킨다. 철강은 말로는 ‘고객만족’을 부르짖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 중심, 공급자 중심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철강사 마케팅 전략도 이에 맞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생산과 판매 모두를 고객의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것이다. 가령 건축용 내장재를 개발한 업체는 대리점이나 건설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할 것이 아니라 아파트 구매에서 의사결정권이 큰 주부나 설계사, 디자이너, 인테리어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철강업 역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교육 전문가인 홍석기 교수는 변화와 혁신이 어려운 이유로 ▲아직 견딜만하다는 생각 ▲고정관념과 편견 ▲남의 눈치 보기 ▲나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마찰을 피하려는 자세 등 5가지를 꼽았다.
지금 철강업계가 필요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보다 변화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위기감과 대응전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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