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크플레이트
▲ 데크플레이트
데크플레이트 제조사들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에 저가 수주, 인건비 상승이라는 3중고를 겪으며 데크플레이트 업체들은 ‘차라리 사업을 접는 편이 더 낫겠다’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데크플레이트 같은 건축 자재는 소재가 모두 철강재로, 원재료 비중의 90% 이상이 철강이다. 철강재 가격 변동이 제조 원가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최근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성 약화가 데크플레이트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장 확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게다가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동향과 철강 원자재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데크플레이트 제조사들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 발주 시점에 국내 단가와 수입 단가를 비교해 구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건설 근로자 임금 인상… 철강 제품 제조사들 고충 커져
그동안 건설 현장의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임금과 복지 수준이 낮고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속칭 ‘막노동’으로 불려 왔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경력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청년층의 기피도 나날이 짙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건설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5개년(2020~2024년) 계획인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 개선 기본계획’을 통해 건설 산업 일자리의 질적 제고를 위한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도 진행했다.

조만간 세부적인 도입 방안이 가시화될 ‘적정임금제’는 다단계 하도급 건설 생산 구조 속에서 건설 근로자 임금이 가격 경쟁으로 삭감되는 일을 막기 위해 마련될 예정이다. 정해진 적정 임금 이상으로 건설 근로자 임금을 보장하는 건설 업종에만 적용되는 ‘최저 임금’이라 할 수 있다.

또 오는 5월 27일부터 도입되는 ‘기능인 등급제’는 건설 근로자들의 현장 근무 경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근로자의 경력·자격을 기준으로 기능 수준에 따라 등급을 산정해 적절한 처우 개선 체계를 확립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건설 현장의 근로자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도 데크플레이트 업계에 당면 현안이 됐다.

◇강해진 ‘노조 파워’ 데크플레이트 품질에 영향
데크플레이트 제조사들이 겪는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노총에 소속된 노조들의 입김이 쎄졌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 타워크레인
타워크레인 노조, 형틀 노조, 철근 노조가 일을 중단하면 데크플레이트는 눈과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제품 하자로 이어지거나, 데크플레이트 전문 시공팀을 지방 현장에 보내려고 해도 노조가 자신들의 팀을 넣으라는 통에 시공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정상 데크플레이트 제품이 출고됐어도 시공팀이 숙련되지 못하면 시공 하자로 이어져 컴플레인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노조 파업으로 공사 현장이 중지되면 데크플레이트를 싣고 가는 화물차들을 긴 시간 공사 현장 입구 앞에 세워두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공사가 지연되면 건설 현장에 비계·동바리·거푸집 등을 임대하는 가설 기자재 대여 업체들도 지연비를 청구하면 되지만, 임대 특성상 재계약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지연비 청구는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조를 중심으로 파업이 결정되고, 사업장 점거로 공사 일시 중단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에 의한 공사 연기와 시공 기술 문제를 오히려 데크플레이트 제조사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불상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 “문 닫는 게 더 낫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도 문제다. 데크플레이트는 철선과 용융아연도금강판(GI)의 조합인데 최근 국내외 열연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데크플레이트 뿐만 아니라 단관 파이프, 각파이프, 지지대, 안전 계단, 비계(아시바) 등 철강 가공 제품들도 일제히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
건설 현장
▲ 건설 현장
여기에 정부가 분양가 상승을 막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 철강 제품 가격 인상분을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 가격을 ‘택지비+건축비+건설업체 이윤’의 산정 값에서 그 이하가 분양가가 되도록 만든 제도다. 이런 상황이라면 데크플레이트 업체들의 저가 수주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데크플레이트 제조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건설 공법도 달라지고 있다. 세계 흐름 자체가 공장에서 선 제작해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면 되는 ‘오프사이트’ 형태로 가고 있다. 데크플레이트는 말하자면 ‘모듈’이기 때문에 현장 적용성이 매우 좋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 현장이 관습적으로 해오던 게 있어서 데크플레이트가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가 너무 어렵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 역시 “더 이상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론)을 할 체력들이 떨어진 것 같다. 과다 경쟁, 고가(高價) 원자재, 인건비 상승 등 회사를 경영할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라며 “점점 회사들의 현금이 떨어져 가고 있다. 오죽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오간다. 자금력이 충분한 회사가 아니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높아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여기에 저가 수주와 중대재해법 등 여러 산재된 현안들로 인해 데크플레이트 업체들은 제조 환경의 열악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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