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지난 3월 12일 포스코는 2021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에 대한 연임을 확정했다. 그러나 최정우 회장의 2기 임기가 과연 아무 탈 없이 순항을 할 수 있을 지 시중에는 반신반의하는 눈길이 가득하다. “최정우 회장, 연임했지만··· 새 정부서 교체되는 ‘포스코 잔혹사’ 반복 우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 후 사퇴하나”, “최정우 회장 ‘포스코 관례’ 벗어날까”, “3년 더 성공한 최정우... ‘연임 후 중도퇴진’ 포스코 흑역사 끝낼까” 등등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의 언론 기사 제목을 장식하고 있다.

민간기업인 포스코가 합법적인 주주총회를 거쳐서 연임을 확정한 회장에 대해 외부에서는 왜 이렇게 불안한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가? ‘포스코 회장의 임기 중 중도하차’가 지난 30년간 한 번도 예외 없이 반복되면서 이미 시장에서는 이를 당연시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러한 인식이 시장에 이미 고착화되어 있다면 과연 포스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개인기업인가 국영기업인가? 아무리 대일청구원자금이 포스코의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하더라도 이미 완전한 민영기업이 된지 20년이 지났다. 이제는 포스코를 자유롭게 놓아 줄 때가 된 것은 아닌가? 언제까지 이러한 사태가 계속되어야 하는가? 포스코라는 회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러한 상황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더욱 엄습하고 있다.

이러한 관례를 되도록 빨리 끊어야 한다. 세상은 급속히 변화되고 있고, 만약 경영의 연속성이 끊어지게 되면 기업의 운명도 끝날 수 있다. 몇 달만 뒤쳐져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포스코 사례는 매우 안타깝다.

과거의 선례를 끝내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포스코의 모든 임직원들이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사실 금 번 최정우 회장의 경우는 연임자체에 대한 우려가 주주총회 이전에 팽배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노동계, NGO단체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연임을 반대하였다. 이전 전임회장들의 사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연임자체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하였다. 포스코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 최정우 회장은 2018년 취임일성으로 ‘안전’ 최우선 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1조1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안전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한가?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과를 하고 다시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최정우 회장은 3월 12일 연임이 확정되고 난 후에 또 다시 안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4일 뒤인 3월 16일에 포항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도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이제는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안전을 담당하는 전문 조직을 구성한다고 해서 과연 바뀔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도 모두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형국이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실질적인 성과를 내어야 한다. 지금부터 1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흠잡을 곳이 없는 포스코가 되어야 한다. 어떠한 계획도 실질적인 결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안전과 관련하여서는 회장이 직접 향후 1년간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홍보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라는 이미지가 더욱 중요하다. 수익성보다는 안전한 일터를 더욱 앞세우는 포스코가 되어야 한다.

보다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사실 포스코가 창립이후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투명경영이다. 그런데 자사주 취득 공시 이전에 많은 임원들이 포스코 주식을 매입했다고 고발당했다. 포스코는 내부정보를 결코 이용하지 않았고 주가 방어라는 순수한 의도에서 한 것이며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수익을 얻은 것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어떻게 포스코가 4월에 자사주 취득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겠는가? 만약 알았다면 일반인들도 포스코 주식의 매입에 나섰지 않았겠는가? 실제로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그것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한 포스코의 투명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퇴직 전에는 매입한 주식을 결코 매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진정한 상생경영을 해야 한다. 상생경영은 포스코가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빠지지 않는 덕목이다. 그리고 경영성과를 이야기 할 때도 항상 상생경영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였고 그 성과를 홍보하여 왔다. 그런데 과연 상생경영의 대상인 수많은 협력업체, 중소 수요업체들이 포스코의 상생경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기업들은 항상 밖으로는 상생경영 한다고 자랑하면서 이것이 상생경영인가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기업들도 많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상생경영의 혜택을 보는 기업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만 크게 소리치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코로나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포스코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금지급을 수개월 늦추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중소 철강가공업체들은 판매 반감, 재고 급증으로 자금회전이 되지 않아 폐업에 내몰릴 처지에 이르렀다. 그러한 와중에 포스코는 1조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주가방어라는 명목 하에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바라보는 협력업체와 중소 철강수요업체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주주도 상생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가 온전히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협력업체와 철강수요업체들이 아닌가? 협력업체와 수요업체 없이 포스코가 존재할 수 있는가? 주주도 포스코가 존재하고 나서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포스코가 높은 경영성과를 내서 주주들에게 많은 배당금을 주고 또한 더욱 많은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포스코의 높은 경영성과가 협력업체와 철강수요업체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져서는 않된다. 100년 포스코를 위해서도 최정우 회장의 2기를 위해서도 협력업체, 철강수요업체, 임직원, 주주 등 모두를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경영이 실현되어야 한다. 모든 기업, 투자자들이 포스코와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면 어느 누구도 포스코 회장의 임기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2기 임기는 이미 닻을 올렸다. 그러나 끝까지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러한 시각과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오롯이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임직원들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정우 회장이 처음 취임했을 때와 같이 다시 한 번 철저한 반성문을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향후 1년에 눈에 보이는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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