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월가의 명언이 있다.

지난해 7월 포스코의 AD 조사 신청 이후, 공교롭게도 니켈이 상승하며 스테인리스 제품 가격은 올해 2월까지 쉼없는 상승세를 보여줬다. 지난해 4분기 스테인리스 판재류 수입은 26만톤 가까이 유입됐던 가운데, 수입재고를 보유하고 있던 업체들은 10~15% 이상의 마진을 챙기며 적어도 올해 3월 초까지 호조를 즐겼다.

우스갯소리로 올해 1~2월에 일년치 벌 돈을 다 벌었다는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 기간 사전에 수입재고를 비축하지 못했던 업체들도 막판 불장에 뛰어들며 재고 끌어모으기에 주력했다. 당시 2월 18일 예비판정으로 잠정관세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월 시장은 니켈의 급락으로 빨간 불이 켜졌고, 판매 정체와 함께 수입재를 중심으로 가격이 일부 꺾이면서 AD 조사기간 중 호시절은 일단락이 되어가는 듯했다. 일각에서는 수요 기반 없이 AD 관세에 대비해 ´영끌´한 재고가 상당량일 것으로 보고, 자금회전이 급해진 저가 물량 출현을 우려하기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스테인리스 시장가격의 급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니켈의 하락에도 내수 가격은 꿈쩍하지 않았다. 아직 7월 18일 AD 최종판정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AD 관세라는 변수가 있어 가격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2월 18일 예비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면서 수입재 막판 불장은 재개장됐다.

중국의 수출증치세 환급률 축소 가능성에도, AD로 인해 수입 기한이 정해진 ‘한국향’으로 저가 오퍼는 지속됐다. 환급률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산도 이러할진데, 인니산과 대만산도 수입계약은 대거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D 최종 판정일까지 얼마만큼의 수입량이 입고될지와 3개국의 AD 관세율이 앞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D=가격상승(혹은 인상) 이란 학습효과는 스테인리스 시장을 투자(라고 쓰고 투기로 읽는다)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AD 신청 이후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누가 가장 많은 이익을 봤을까? 반대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건 누구일까? 이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자원과 비용이 투하되며 낭비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 지금의 불확실성이 짙은 시기가 공포의 시기라면, AD 규제 이후는 환희의 시대인걸까?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상생이란 명분 아래 저가 수입 규제를 위한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이토록 가열차게 늘어나는 수입재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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