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물량으로 인해 5만 2,000원의 표준단가 이상으로 가공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일부 제강사는 먼저 나서서 가공단가를 6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향후 가공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인력 및 설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가공단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가공업계의 환심을 공략한 셈이다.
이처럼 얼핏 보기에는 최근 철근 시장의 상황이 가공업계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긍정적인 흐름이 일부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철근 가공업계가 처한 실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녹록치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공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인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을 앞두고 있다.
앞서 유예기간을 두고서 시행됐던 300인 이상 사업장과 50인~300인 미만 사업장과 달리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유예기간 없이 강행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성이 더욱더 짙어지고 있다.
철근 가공업은 인력의존도가 매우 높은 업종 중 하나다. 가뜩이나 인력난이 극심한 가운데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도입예정인 주 52시간 근무제는 채산성을 반토막 낼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다.
현재 철근 가공업계가 처한 상황을 오로지 철근 가공업계 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스스로를 갑을병정 중 ‘정’이라고 지칭하는 가공업계지만 현장 가공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현재, 관련업계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건설사와 제강사 등 관련업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갈 게 분명하다.
결국 가공업계가 나홀로 헤쳐 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거의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관련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고민과 해법을 찾는 노력을 병행해야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김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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