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최근 모든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많은 시장참가자이 혼돈의 상태에 빠진 듯하다. 특히 철근 가격 급등으로 전기로 제강사와 건설사 간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상대적으로 수요업체인 건설사들의 불만이 많다. 건설사들은 전기로 제강사들이 담합은 하고 있지 않은지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들린다. 양 업계 간에 자칫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실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작년 말 톤당 68만 5천원에 불과하였다. 금년 5월말에는 톤당 135만원으로 채 6개월도 되기 전에 거의 2배로 상승하였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지난 해 철근가격으로 건설 도급계약을 하였는데, 건설공사를 착공하자마자 핵심원자재인 철근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사를 완공하더라도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 뻔하다. 특히 중소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하나의 공사에서 손실을 볼 경우 기업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부 중소 하도급업체들은 높아진 원가에 공사 중단도 불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건설공사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사 지연 혹은 중단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다 한 가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건설업체들의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철근 업계 입장에서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철근 제조사들은 135만원이라는 가격은 철근 제조사들이 대형건설사에 직접 납품하는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철근 유통회사들이 중소건설회사에 판매하는 가격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철근 제조사들이 건설사에 직접 납품하는 가격 즉 약정가격은 지난 해 말 68만 5천원에서 금년 5월말 기준으로 80.5만원에 불과하였다. 같은 기간 건설사 약정가격은 13만원 밖에 오르지 않았다. 동시에 핵심원료인 철스크랩 가격도 지난 6개월 동안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실제 철근 제조사들의 수익은 건설업체들이 주장하는 폭리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철근 유통회사를 통해서 철근을 구매하는 일부 중소건설회사들의 주장을 전체 철근시장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철근 제조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철근 제조업체들은 철근 유통상들은 135만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왜 80만원만 받아야 하는가 하는 불만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철근 가격 상승을 바라보는 양 업계의 견해는 현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통가격과 건설사향 약정가격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이러한 양 업계 간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불만을 좁히기 위해서는 작금의 철근 가격이 왜 이렇게 급등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상황을 서로 이해해야 한다.
작년 국내 철근 제조사들은 철근 판매 전략을 대대적으로 전환하였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하여 판매전략을 이전의 물량 위주에서 수익성 위주로 바꾸었다. 자칫 판매 물량 경쟁이 업계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스로 생산조절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건설경기가 회복되더니 작년 4/4분기에는 본격적으로 건설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건축허가면적뿐만 아니라 건축착공면적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금년 초부터 철근수요가 늘어났고 시간이 갈수록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국내 철근수요의 일부를 담당했던 중국산 철근의 유입 마저 크게 줄어들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중국이 내수 공급 확대를 위해 증치세 환급제도를 철폐함에 따라 그만큼 중국의 수출가격이 인상되었고 이것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상반기에 진행된 국내 제강사들의 설비수리 일정으로 생산 자체가 줄어들었다. 국내 철근 수요는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반면에 국내 생산과 수입 등 공급은 차질을 빚으면서 철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였던 것이다.
철근 제조업체들도 수요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는 작년과 같은 생산조절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근 제조업체들은 핵심 수요 산업인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최대한 공급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건설업계도 철근 제조업체들에게 공급량을 최대한 늘리고 가격도 인하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것이 아니라 건설공기 변경 혹은 조정을 통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등 가능한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는 과도하게 높은 유통향 철근 가격의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철근 제품의 유통과정에서 가격이나 공급을 왜곡시키는 사례는 없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은 국내 철강재 수요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산업이다. 양 산업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균형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작금의 가격급등을 배경으로 양 산업이 서로 적대적 감정만을 앞세운다면 결코 국내 산업발전에 득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철강산업과 수요산업 간에는 상호 협력이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다. 높아지고 있는 각국의 보호장벽 과 환경규제, 중국의 추격 등 향후 국내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무수히 많다. 이러한 위협요인들은 결코 단일 산업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산업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산업간 불협화음은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해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철강산업과 수요산업 간에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보다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어 현재의 혼란과 갈등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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