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크랩 산업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납품상들의 규모도 커졌고, 최근에는 검수와 등급판정에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성장에 비해 스크랩 가공기계 분야는 답보를 하는 느낌이다. 30년 이상 지속사업을 하는 기계업체가 드물고, 가공설비도 외국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국산 가공기계 사용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경남 양산에 있는 ㈜리스틸(대표 지상렬)이다. 꼼수보다는 원칙과 신용을 중시한 결과다. 벚꽃과 목련화가 피기 시작한 3월 하순, 양산 산막공단에서 지상렬 사장을 만나 그의 성공스토리와 국내 스크랩 가공기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통역으로 출발, 한국 최고의 스크랩 가공기계 장인이 되다

김홍식 부사장(Q) : ㈜리스틸은 어떤 회사입니까?

지상렬 사장(A) : 우리 회사는 2002년 설립됐으며, MTM서비스라는 상호로 시작해서 2006년 리스틸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중고기계를 수리해서 판매하다가 10년 전부터 직접 제조를 하여 ‘Resteel’이란 브랜드로 설계부터,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 하고 있습니다. 주력 제품은 압축기와 길로틴입니다. 이밖에도 일본 모리타 설비(길로틴, 슈레더, 압축기)의 한국 독점 대리점을 하고 있으며, 중고 설비 판매 및 관련 부품을 제작 또는 수입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납품 실적은 60여대의 길로틴 프레스와 슈레더, 60여대의 압축기, 10여대의 수입 길로틴 등 약 130여대입니다.

Q : 사장님께서는 어떤 경로로 지금의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셨습니까?
A :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자동화기계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W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일본산 스크랩 가공기계를 설치하는데 통역이 필요하다고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당시 설치를 맡았던 W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2012년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돈 2,000만원과 일본 파트너사가 400만엔(200만엔은 상환 조건)을 빌려줬어요. 사무실도 W사 근무당시 알던 사장님의 사무실을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중고기계를 수리해서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10년 전부터는 자체 브랜드로 제작을 해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Q : 판매에서 직접 제조로 전환한 계기가 있습니까? 또 리스틸은 수출실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 일본산 중고 설비를 수리해서 한국에 많이 판매하다보니(국내에 100여대나 판매했다) 이해력과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7년 일본 설비 납품업체가 압축기를 한국에서 제작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그것이 단순 판매에서 직접제조를 하게 된 이유고, 첫 번째 생산품은 일본으로 수출을 하게 됐습니다. 이 후 5대를 더 수출했습니다.

Q : 최근에는 길로틴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A : 압축기 수출을 하고 나서 길로틴 수출을 하려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산은 조악(粗惡)해서 못 쓰겠다’는 겁니다. 화가 났어요. 너희보다 더 좋게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지요. 그 후로 설계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지, 품질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연구했지요. 그 결과 현재 국내 길로틴 공급의 50%가 리스틸 제품입니다.

일본산보다 뛰어난 가성비, 장인정신이 성공의 비결

Q : 리스틸은 20년이 넘도록 한 우물을 파오면서 철 스크랩 처리 기계 분야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오늘날 이 있기까지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 ‘품질 우선주의’와 ‘정직한 거래’입니다. 저는 일본 기계업체에서 일을 배웠습니다. 다른 것은 할 줄 모릅니다.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만든 내 제품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 일본 제조업의 특징입니다. 저 역시 고객의 무리한 요구는 처음부터 거절합니다.

Q : 일본산이나 국내 경쟁사 대비 장점은 무엇입니까?
A : 한마디로 가성비입니다. 가격대비 생산성, 편리성, 고장 여부 등 여러 면에서 일본산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가령 1,250톤 길로틴(표준타입)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일본산은 시간당 25톤을 처리하지만 리스틸 기계는 고속타입으로 40톤을 처리합니다. 가격은 기계 값과 운반비, 통관비, 설치비용을 감안하면 약 24억원이 소요됩니다. 반면 리스틸 제품은 설치까지 포함해서 16억원입니다. 기계 가격만 놓고 보면 2/3 정도지만 생산성까지 감안한다면 일본산의 절반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품질입니다. 가령 길로틴의 경우 본체는 열처리 과정을 거친 후 제작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응력 때문에 본체가 찢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길로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컷팅반 역시 경쟁사는 컷팅반 소재를 일반 철판을 사용하는데 반해 저희는 주강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이 결과 내구성은 일본산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압축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동중단 사태가 없었고, 길로틴 역시 소모성 부품을 제외하면 교체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설계부터, 제작, 설치까지 직접 처리하고, 숙련공이 많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철저한 약속이행입니다. 납기일자는 물론 A/S 일자 등 고객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현재 ‘K사’가 주문한 길로틴을 제작중인데, 이 업체 역시 2년간 전반적인 상황을 지켜보다 결정을 한 것입니다.

Q : 국내 스크랩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가공기는 대부분 일본산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국내 설비업체가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 사실 국내 스크랩업계가 설비를 도입하기 시작한 역사가 길지 않고, 스크랩 가공기 제조업체도 오래되지 않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은 저렴한데 생산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내구성(수명)이 짧다보니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다보니 ‘국산 제품은 믿을게 못 된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계업체 입장에서 보면 고객이 가격은 낮고 품질은 일본산 수준을 요구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만들수록 적자입니다. 사실 품질이 좋아지려면 본체뿐만 아니라 밸브와 체인 등 관련 부품의 품질도 같이 좋아야 하는데, 이들 부품업체 사정도 비슷합니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일본산과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품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용...외국산에 대한 맹신 버릴 때

Q : 그렇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 우선 기계업체 스스로가 신용을 지켜야 합니다. 기계 품질이 좋고 나쁨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영업을 잘해서 발주를 받아놓고 전화가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어려울수록 약속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요가 역시 외국산에 대한 맹신도 버려야 합니다. 무조건 가격을 낮추려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국산 기계의 품질은 서로가 노력해야 이뤄집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국내산 기계를 놓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Q : 기계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순간까지 많은 고민을 합니다. 이러한 고객을 어떻게 설득하고 계십니까?
A : 솔직하게 말합니다. 가격은 어떻고, 기간은 얼마가 걸리고, 이 공장에 필요한 것은 이정도 사이즈고.... 우리가 집을 구매할 때는 주변 시세나 방향, 내부까지 꼼꼼하게 봅니다. 그런데 기계는 메이커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2~3개 업체를 방문해서 비교해 보고 결정하라고 말합니다.

Q : 기계는 판매 못지않게 A/S도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A : 저는 A/S는 회사의 힘이고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저희는 직원 대부분이 유경험자입니다. 제작인원은 경쟁사 대비 2배입니다. A/S 요청이 있을 경우 생산에 차질이 없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 사장님께서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입니까?
A : 외형을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봅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실현 가능한 약속과 그 약속을 꼭 지키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기술개발과 품질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또한 외형보다는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건강한 회사로 키우는 것입니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