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철 스크랩 수출과 관련해 전기로 제강사의 정책 부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스틸데일리를 포함해 국내 주요 철강 관련 언론들의 철 스크랩 관련 통계는 기준점이 달라 통계 숫자에 차이가 있던 것이 통화의 주된 이유였던 것이다.

전기로 제강사에게 철 스크랩 수출은 관심권 밖에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GMR머티리얼즈가 수출에 적극 나섰던 몇 년 전에는 구매 일선에서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진 바 있지만 수출이 크게 줄어든 이후에는 그나마 있었던 관심도 시들해졌다.

지금까지 눈길도 주지 않던 제강사 정책부서에서 철 스크랩 수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출 금지를 위한 정책 건의 때문이었다. 제강사 관계자는 “전 세계가 자원 전쟁을 시작했다. 철 스크랩도 주요 자원으로 수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나 중국같은 곳에서는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 제강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와 철강사간 간담회에서 철 스크랩 수출 규제가 제안이 되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철 스크랩 수출은 지난 7월까지 지난해보다 197%나 늘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수출량은 7월까지 고작 13만 6,000톤에 불과하다. 제강사가 7월까지 국내에서 사들인 국산 철 스크랩 1,081만 톤의 1.3%에 불과하고, 같은 기간 수입한 235만 6,000톤의 5.8% 수준이다. 수출량만 보면 아직 씨앗을 뿌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고급 철 스크랩이 수출 되고 있다는 것과 수출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이 국제 시장과 동떨어져 섬처럼 존재하고, 가격도 국제가격보다 싸 철강 제품 가격에 경쟁력을 불어 넣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오히려 현 단계의 수출 규제는 제강사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철 스크랩 수출은 철 스크랩 유통산업의 산업화를 진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철 스크랩의 등급별 품질의 균질성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다. 또한 수출을 통해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이 국제 시장에 편입되게 되면 최종 제품의 우승열패가 좀더 분명해 질 것이다.

게다가 국내 철 스크랩 발생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적정한 수출 비중을 유지하는 것은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을 더 활기차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금 단계에서의 수출 규제는 오히려 제강사에게도 이롭지 않다.

제강사업계는 철 스크랩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다. 그 지위를 이용해 아직 착근도하지 못한 수출의 싹을 자르기보다 철 스크랩의 산업화 촉진을 통해 철 스크랩 유통업 뿐 아니라 제강사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여갈 것인지 논의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더 나은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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