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철강사인 에브라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감산정책에도 불구하고 설비 확장과 인수 등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을 강타한 뉴스는 러시아 세베스탈과의 합병 뉴스다. Alexander Abramov 회장은 영국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양사의 합병을 인정하고 향후 에브라즈는 건축용 강재와 석유 및 천연가스강관 생산에 주력하고, 세베스탈은 가전 및 자동차강판을 위주로 하는 판재류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양사는 정확한 합병 시점과 세부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양사가 합병될 경우 자산규모 187억달러의 세계 8위 철강사로 부상하게 된다.

2006년 영국의 명문 축구구단인 첼시를 전격 인수하면서 세인을 놀라게 했던 에브라즈는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 남아프리카 철강설비 확장에 78억달러를 투자했다.

에브라즈는 최근 들어 투자의 90%를 러시아에 쏟아 붇는 등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향후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년도 12억 달러 투자 중 5억달러는 생산설비 보수에, 나머지는 생산능력 확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 외신들은 설비 확장이 더 많은 원료를 필요로 하고 결국 원가 상승과 제품가격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소비 둔화로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나온 투자 발표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에브라즈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듯 최근 전략의 방향이 상공정 조정과 원료 확보에 맞춰져 있다. 특히 러시아 철광석 및 석탄기업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3년까지 석탄업체인 Raspadskaya의 지분 40%를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 10월부터 관련 회담을 진행 중이다. Raspadskaya는 시베리아에 위치한 광산회사로 지난해 폭발사고가 나면서 반년 가까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인데 앞으로도 1년~1년 반 정도 회복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브라즈는 Raspadskaya가 완전 회복되기 이전에 지분을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에브라즈는 또 연내 Alrosa 소유의 야쿠츠 Timir광산 지분 51%를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특히 유럽 철강사들은 에브라즈의 이러한 행보에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공급과잉과 유럽 수요 부진으로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러미탈이 지난 3개월 동안 프랑스와 독일, 룩셈부르크, 폴란드, 스페인 공장에 대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벨기에 Liege 공장 고로에 대해서는 영구 폐쇄키로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브라즈 관계자는 수요와 가격은 점차 회복될 것이며 현재로서 설비나 생산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세계 철강업계는 아르셀러미탈에 이어 또 다른 공룡이 탄생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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