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열연, 냉연스틸서비스센터(SSC) 57개사들의 2004년과 2012년 경영실적을 비교해 본 결과 국내 SSC들은 매출액에서 대폭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대폭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년간 괄목할만한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으나 실속이 전혀없는 성장이었던 셈이다.

57개사들의 2004년 매출액은 6,601조원이었으나 2012년에는 11조2,506억원으로 70.4% 증가했다. 하지만 2004년 영업이익은 3,963억원에서 2012년 2,165억원으로 45.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004년 6%에서 1.9%로 대폭 축소됐다.

지난 2004년은 철강업황의 최대 호황시절이었으므로 2012년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지난 2004년은 포스코가 25%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낼 정도의 호황이었다. 중국이 철강재 최대 순수입국가로써 전세계 철강재를 사오던 시절이었고, 내수에서도 공급부족 상태 지속으로 제조사들의 철강재를 가공해 유통판매하는 SSC들 역시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철강재 수급상황이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치닫고, 폭발적인 생산능력을 가진 중국의 저가 수입재가 유통시장에 대량 공급되고 있으며, 가공설비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것이 2012년 현재 SSC들이 처한 현실이다. 오죽하면 10년전 톤당 1만5,000원의 가공비가 2012년에도 전혀 오르지 않고 그대로일 정도다.

SSC들은 과거에는 주요 철강사들의 판매점으로써 굳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성장이 보장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처럼 주요 철강사 판매점 타이틀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극도의 저마진 구조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열연SSC들의 경우 더욱 상황이 심각해 이익을 내기가 힘들 정도다.

◆ 새로운 방식의 성장방식 요구돼..철강사들도 외면 말아야

이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성장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처럼 철강사에 기대는 방식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스스로의 각성에 의한 자체경쟁력 확보만이 해답이다. 이를 위해 일부 SSC들은 기존의 시어기, 슬리터기 등 대표적 가공설비 가공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출구를 찾고 있다. 임가공설비 추가보다는 자동차용 블랭킹 등 자동차부품 가공설비를 갖춘다던가, 제관업에 뛰어든다던가, 산세라인 등 제조설비를 갖춘다던가 식의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 노력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유통가공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SSC들은 신성장동력을 반드시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러한 노력들은 SSC들의 자체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철강사들도 소속 SSC들이 자체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확실한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SSC들은 철강사들의 직접적인 판매망이다. 소속 SSC들이 잘 나가야 철강사들도 내수시장을 뺏기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으로 포스코가 가공센터 지원을 본격화할 조짐인데 포스코는 지난해 말 가공센터들의 차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열연, 냉연 통합으로 인한 소속 가공센터끼리의 경쟁을 막기 위한 지침을 세우고,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코는 가공센터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올해부터 본격 적용하고 있다. 이를 확실히 수행하기 위해 올해 초 포스코는 가공판매그룹을 신설했다.

아직 포스코를 제외한 나머지 철강사들은 SSC들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며 시정해야 할 부분이다. 철강사 SSC로써 메리트가 없다면 굳이 SSC를 할 이유가 없다. 그 이유를 만들어낼 책임이 철강사들에게도 있다.

SSC들은 이제 생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현재 난립한 많은 SSC들이 10년 뒤에도 존속할 수 있냐는 물음에 필자는 그렇다고 단언하지 못하겠다. 재무구조만 봐도 위기에 처한 SSC들이 너무나 많고, 앞으로도 변화가 없는이상 경쟁력 없는 SSC들은 구조조정의 물결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바오산강철이 국내에 SSC를 설립하고, 중국산 수입재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SSC들 대표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관습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SSC들만이 미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창간 9주년 유통특집에서 선정된 9대 유통업체 중 SSC로는 3업체가 선정됐다. 국내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대표적 냉연SSC인 세운철강, 끊임없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는 경남스틸, 철강본업의 착실한 투자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세아스틸(그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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