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제 원료가격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고로제품의 주요 원료인 철광석과 강점탄 가격은 7월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료가격 급등은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공급 개혁과 투기자금 유입, 호주발(發) 생산 차질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고로업계 입장에서 원료가격 급등은 생산원가 부담 확대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제품단가의 강한 상승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본지에서는 최근 원료가격 급등이 고로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원료가격 고점 도달? “추가 상승 농후하다”

올 하반기 국제 원료가격은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이러한 상승 분위기는 적어도 연말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상향화가 시장에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플랫츠(Platts) 자료에 따르면 철광석 분기가격 지표로 쓰이는 북중국 항구 도착가격은 지난 31일 기준 톤당 79달러(호주산 62% Fe분광)를 기록했다. 이는 5월 이후 최고치로 불과 3개월새 21달러 오른 가격대다.

자료: 플랫츠(Platts)
▲ 자료: 플랫츠(Platts)

철광석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제품가격 반등이다. 특히 7월 31일 상하이 철근 현물가격이 톤당 593달러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중국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환경 오염 저감 정책 일환인 저효율 제철소 폐쇄로 고품위 철광석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부분은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상악화로 인해 메이저 Fortescue Metal Group, Rio Tinto 등의 철광석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상승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철광석 가격에 대해 최근 중국 경기 회복세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철강재 생산을 촉진시키고 있으며, 거시적 환경인 미달러 가치하락과 중국의 철광석 환경규제 정책기조로 당분간 상승 동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원료인 국제 강점탄 스폿가격도 철광석과 함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8월 31일 기준 국제 원료탄 수출가격은 톤당 211달러(FOB, 호주 Peak Downs Region 강점탄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대비 32달러 추가 상승한 것으로 연중 최저점이었던 톤당 139달러(6월 23일)와 비교할 때 72달러 대폭 오른 가격대다.

자료: 플랫츠(Platts)
▲ 자료: 플랫츠(Platts)

원료탄 가격 반등은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자체 생산 감소와 중국 정부의 2급 항구 석탄 수입 금지 조치로 중국 수요자들이 적극적인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철강산업과 석탄산업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코크스 기업에 대해서도 30%의 감산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원료탄 수급에 이어 코크스 생산 활동에도 제약이 예상되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중국 이외 지역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말 호주 NSW주에서 South32사가 운영하는 Appin 원료탄 광산이 갱내에 가스가 높은 농도로 차오르는 사태를 개선하고자 2~3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주로 이 원료탄을 수입하던 인도 제철소들은 스폿(Spot)구매를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동계기관과 19차 당대회가 열리는 9~10월경 석탄과 철강 생산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비한 업체들의 석탄 및 철강 생산 확대로 당분간 원료탄 가격 상승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 제품시장 직격탄 “득보다 실 크다”

문제는 원료가격과 직접적으로 연동하는 제품시장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 지속은 고로업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긍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으나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품 생산원가에 압박으로 작용해 수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고로업체들은 원료가격 급등이 내부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잇달아 출고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인상랠리로 대표적인 고로제품인 열연의 경우 불과 2달 만에 판매가격이 톤당 7~8만원 훌쩍 뛴 상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원료가격을 감안할 때 오히려 마진 폭은 현저히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국내 고로업체들의 용선 1톤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톤당 약 400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연초 톤당 300달러 전후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100달러 가량 생산비용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생산업체 입장에서 제품가격 상승 폭을 상쇄해도 오히려 생산비용 부담은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생산업체들은 생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고가격을 더 올려야 하나 전반적인 수요 침체 속에서 상당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늘어난 생산원가 가운데 일정부분은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고로업체들은 당장 3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결국 원료가격 상승이 진정되지 않는 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제품과 원료가격 사이에서 피 말리는 원가조율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원료가격 급등은 긍정적인 요인도 상존한다. 제품가격 상승으로 매출 확대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제품을 판매해도 단가 상승으로 매출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철강업체들에 대한 대출과 신용등급 등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매출 확대는 기업들의 자금회전에 다소나마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맺음말

국내 고로업계 입장에서 보면 원료가격 급등은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제품가격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수요산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원료가격 급등은 국내 고로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실질적으로 국내에 통관되는 원료가격은 더욱 높게 체감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국내 생산업체들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료가격 급등은 국내 고로업체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중국의 영향과 메이저 광산업체들의 정책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로업체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료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원가 부담을 줄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업기술 개발 및 불필요한 고정비용을 최대한 축소해 원가를 낮추는 정책들이 필요할 때다. 아울러 국제 원료가격 변동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빠르고 신속한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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