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까지 강관 업계는 수년간의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에는 강관사들이 흑자를 기록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유의미한 2년을 보냈다. 심지어 겨울철 가격 인상까지 경험해보기도 했다. 2018년에는 어떤 이슈들이 찾아오게 될까? 가격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최근의 상황과 외부 환경, 그리고 일부 선행지표들을 통해 중단기 시장 변화를 전망해보자. [편집자 주]

2017년 가격 추이 어땠나?

지난 2017년은 2016년 연말의 시황 폭등이 이월되면서 시작됐다. 강관 업계는 사상 초유의 겨울철 인상을 경험하면서 2017년에도 예상치 못할 시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상한 예감은 늘 맞곤 한다. 연중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봄 성수기에 가격이 고꾸라졌다. 4월과 5월 그리고 6월까지 가격이 내내 하락하면서 월별 가격 기준 최고 81만원 수준에 최저 66만원 대로 떨어졌다. 무려 18.5% 수준의 하락이었다. (구조관 기준)

그러나 중국발 시황 상승의 바람이 4월 말부터 불어오기 시작했고 비수기인 한 여름 7월부터 가격이 다시 올랐다. 7월에서 9월까지 지난 봄철 내내 떨어졌던 것보다 높은 수준으로 오르며 지난 최고 84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또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11월부터 가격이 조정 받긴 했으나 2018년 1월부터 반등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스틸데일리 DB
▲ 스틸데일리 DB


소재 시장은 3월까지 견조할 것으로 전망

강관 시황은 산업 특성 상 열연 소재 시장이 가장 우선시되는 선행지표다. 특히 시황에 민감한 구조관의 경우 중국산 열연 오퍼가격의 흐름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따라가고 있다.

지난 봄 시장을 회고해보면 중국발 시황 상승의 바람이 4월 말부터 불어오기 시작했고 국내 구조관 가격은 7월부터 반등에 나섰다. 가을 시장에서도 지난 9월 말 중국산 열연 오퍼가격에 하락세가 시작됐고, 구조관 가격은 11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조관 가격이 하락하던 11월부터 중국 열연 가격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11월 계약분 열연은 1월 중에 국내로 유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소재 가격은 1월과 2월, 과장을 조금 더 보태 3월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까지도 고가의 중국산 열연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국내 열연밀들도 고가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실제로 인상 공문을 발송하며 구체적인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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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다른 점은 ‘재고’

지난해 강관업계는 사상 초유의 겨울철 인상을 겪으며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소재 부족으로 강관사들의 생산이 원활치 못했고, 이와 더불어 업계 내 상당량의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재고 확보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그러나 올해 재고 상황은 지난해와 다르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재고량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 재고는 과거 공급과잉 시절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어쩌면 지난해의 시황 폭등을 경험했던 유통업체들이 재고관리를 전략적으로 하면서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품목별로 ‘이빨 빠진’ 구색들이 있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년 내내 가장 공급이 부족했던 품목은 배관재 백관이다. 국내에 배관재를 생산하는 메이커 자체가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강관 전용 도금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아주베스틸의 사업 재개 소식이 지속적으로 늦춰지면서 기존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재고량은 증가했으나 여전히 주도권은 메이커들이 쥐고 있는 모습이다.

자료 : 한국철강협회
▲ 자료 : 한국철강협회


2018년 보수적인 전망은 ‘상고하저’

우선 앞서 언급한 대로 2018년 1분기는 가격 상승 전망이 자리잡은 듯 하다. 이를 토대로 2분기 봄 성수기까지 안정적인 시황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 시장의 호황은 정점을 찍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반기부터 지속적인 수요량 감소세가 시작되고,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상고하저’의 시황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것이 다수 강관사들이 작성한 사업보고서의 기본적인 방향이다.

수출 시장의 전망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미국향 유정용강관의 경우 1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최대 24.92%의 관세율이 부과된 데 이어, 2차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최대 46.37%라는 마진율이 등장했다. 최근 발표된 송유관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도 마진율이 대폭 높아졌다.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은 지난 10월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보조금’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려 세아제강의 송유관 생산에 전기료 혜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지난 11월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부과되고 있는 반덤핑관세가 국제무역 규범·협정에 위반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러한 국제사회와 법원의 판결이 미국 행정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수출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강관 3사들의 경쟁이 다소 완화되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도 어느 정도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반대일 경우 국내 시장은 강관 3사들의 마지막 보루가 된다. 이를 위해 세아제강은 구조관 시장 진출에, 현대제철은 대구경 강관 시장 진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슈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무쌍한 시장의 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전략과 판단이다. 개별 강관사들의 진면목, 진짜 경쟁력은 2018년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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