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지난 1년 동안 H형강 시장을 숨죽이게 했던 중국산 H형강 반덤핑이 시행 됐다. 역사적인 획을 그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반덤핑을 최종 승인한 기획재정부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해 향후 5년간 28.23%~32.72%의 덤핑방지 관세 부과를 고시했다. 가격인상약속으로 반덤핑 관세를 면한 중국 7개사에 대해서는 물량과 가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괴력의 저가수출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던 중국산 H형강에 무거운 족쇄가 달린 셈이다.

예민하고 버거운 ‘중국’을 상대로 반덤핑을 이끌어 낸 것은 분명 큰 성과다.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수출과 국내 산업피해, 공정한 시장경쟁의 공감대가 한ㆍ중 양국에 나눠진 의미는 무엇보다 각별하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반덤핑으로 국내 H형강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하지만 중요한 출발은 지금부터다. ‘반덤핑의 시행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인식의 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국내 H형강 업계가 시장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진짜 성과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H형강 업계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당부하고 싶다. ‘반덤핑은 불공정한 피해의 한시적인 보상일 뿐, 가장 두려웠던 상대를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이겨낸 결과가 아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건강한 시장회복이 우선의 과제다. 반덤핑 장벽으로 막아낸 중국산 H형강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이냐의 고민이다.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국내 H형강 메이커들이 주인 없는 시장을 두고 출혈경쟁을 벌인다면, 어렵게 얻어낸 기회는 초라해질 수 있다. 또한 반덤핑 시장의 수혜를 유통점이나 수요처 등 시장과 공유해 견고한 신뢰를 다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

건강한 시장회복은 H형강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에너지로 쓰여야한다. ‘지난 시간, 국내 H형강 메이커들은 시장변화와 요구를 만족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떠올려 보자. 사실, 국내 메이커들의 항변은 명쾌하지 못했다. 반덤핑으로 주어진 향후 5년의 유예를 즐기기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의 고민으로 보내야 한다.

방심해선 안 될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시장은 언제 어떻게든 달라질 수 있다.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중국산의 견제는 곧바로 다른 수입처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중국산 H형강이 반덤핑 장벽을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마저 놓아선 안 될 것이다.

가장 무거운 책임감은 H형강을 향한 시선이다. 중국산 H형강 반덤핑은 동병상련 입장이던 여타 철강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어찌 보면, 이번 H형강 반덤핑 시행 성과는 중국산 철강재의 위협에 대한 전체 철강산업과 정부의 공감대가 모아진 덕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마지막까지 값진 성과와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할 책임감이 H형강 업계의 어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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