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 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현대제철 대표 구좌의 얼굴이 일부 바뀌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대표 구좌인 부성자원, 포항공장과 오랜 세월 함께했던 흥진, 현대제철 당진의 알앤씨가 현대제철 구좌 리스트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익히 알려진 것 처럼 부성과 흥진은 신규사업 부진이, 알앤씨는 현대제철의 구매정책 변경이 주된 이유다.

현대제철의 직접 책임은 없어 보인다. 이미 이들 업체의 몫은 다른 기업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이 왜 신규 사업을 하게 됐나(?)라는 생각을 해 보면 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지금 철 스크랩업체들은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익률은 2%를 밑돌고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 낮은 이익률이라도 성장을 계속한다면 좋겠지만 성장성도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활로는 신규사업을 발굴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것 뿐이다.

신규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선 잘 짜여진 검토 조직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의 받침 없이 신규사업을 벌일 경우 자칫 사주의 취미의 연장선에서 신규사업이 확정되기 십상이다.

또 신규사업에는 축적된 자본과 금전적 여유가 필수다. 지금처럼 2%대 마진율로는 신규사업을 꾸려나가고 안착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본업의 확장도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몇몇 대형 철 스크랩업체들은 지금보다 최소 50%, 최대 10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구좌업체에 배타적인 납품권을 준 대신 타 제강사 납품도 엄단하고 있다. 제강사들은 철 스크랩 납품업체의 양적 성장도, 타사 납품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도 어렵다. 수출을 달가워 할 제강사는 없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대형 구좌업체는 수출 직전 제강사의 통제(?)로 수출을 포기해 상당한 금전적 내상을 입은 업체도 있다.

철 스크랩 산업의 당면 과제는 단순한 성장통이 아니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성장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원료 산업의 경쟁력 없이 제강사의 경쟁력이 유지 되겠나?
기업은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성장하지 않으며 도태된다.

철 스크랩 산업의 미래가 제강사의 미래다. 반대로 제강사의 미래가 철 스크랩 산업의 내일을 좌우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철 스크랩 기업의 성장의 한계는 철 스크랩 산업을 혼탁하게 만들고 나아가 제강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경쟁력 있는 원료산업 없이 경쟁력을 유지한 전방산업은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제강사와 납품업체간의 불협화음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양 산업은 서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제강사에게 납품업체들은 무엇인가? 그저 하루하루 할당된 목표만 채워주면 되는 존재인가? 아니면 업을 함께 하는 동반자인가? 철 스크랩업체에게 전기로 제강사는 단순히 납품해서 이익을 챙기는 단순한 거래처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이젠 얄팍한 거래 관계를 청산할 시점이 됐다.

다가오는 전기로 산업의 위기도, 작금의 철 스크랩 산업의 어려움도 공급사와 수요자가 함께 풀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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