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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논단] 철강사 해외매각을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철강산업 사양화와 동부제철 매각
2019-03-04 07:38  l  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이번 동부제철 매각에 국내 철강사는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미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규모나 시장지배력 중심으로 성장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 시장지배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동부제철을 인수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양적 비대함으로 인한 위험요인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동부제철 매각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 고로사가 동부제철을 인수할 때는 주로 철강부문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많이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규모와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고로사들이 동부제철 인수에 참여할 타당성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사양화 단계에서 국내 고로사가 동부제철을 인수할 수 있는 명분은 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처한 공급과잉의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동부제철 설비는 구조조정 과정에 해체되거나 퇴출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동부제철을 철강사가 인수하기보다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동부제철 인수와 관련된 사모펀드의 계산방식은 철강사와 많이 다르다. 이들은 인수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인수가 되면 동부제철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돈이 되는 것부터 우선 매각하여 현금화 할 것이다. 아니면 국내외 고로사로 재매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동부제철은 설비해체와 재매각 순서를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설비퇴출과 철강 생산능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문은 동부제철에서 일하는 철강인들의 고용불안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도 고용안정 이슈가 가장 큰 부담이 된다.

이번 동부제철 매각은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조정에서 새로운 사례를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국내 철강사는 대부분 국내 철강사가 인수하였다. 인수를 통해 철강사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규모와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철강사 규모와 시장지배력이 수익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에 국내 철강사가 인수하는 것이 타당했던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과 지원도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동부제철 매각은 과거 한보철강 매각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한보철강 당시만 해도 철강산업의 양적성장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한보철강 인수를 통한 규모와 시장지배력 강화가 경영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한보철강 인수를 통해 고로진입과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수직계열화의 힘을 생각한다면 이번 동부제철 매각도 포스코보다 현대제철의 인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상황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미 한국 철강산업이 사양화로 들어서고 있어 포스코나 현대제철 모두 동부제철 인수를 주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에서 철강 중심으로 합병하고 규모를 키우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더 이상 시장지배력 중심 전략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 고로사 누구도 이번 동부제철 인수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보철강 당시만 해도 국내 철강사가 해외로 넘어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동부제철 매각에서는 해외매각을 반대할 명분도 약해졌다. 이미 국내 철강사가 아무도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만약 동부제철이 중국 철강사로 넘어간다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의 문제가 아니고 중국 철강사 경영이 한국시장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구도는 포스코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에서 포스코 현대 중국 고로사 등으로 과점적 경쟁구도로 바뀌게 될 것이다. 중국 철강사는 동부제철을 교두보로 한국 철강시장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다. 국내 선도기업이 가격을 경직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약화되면서 선도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한국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는 더 가속화 될 것이다.

국내 철강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되면 국내가격과 수입가격의 연동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시장적응력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철강수요산업들의 철강재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수요산업의 경쟁력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방향이 철강산업에서 철강수요산업으로 이전된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수년을 돌아보면 동부제철은 국산 열연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웠다. 단지 중국산 저가 열연을 이용하여 일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고로사가 동부제철을 인수할 경우 가격경쟁력 우위를 이용하여 한국 철강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철강산업의 국제분업구조를 보면 한국 철강산업의 중국으로 이전은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이번 동부제철 매각에서는 국내 고로사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철강사보다 사모펀드가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이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것은 시장지배력에서 시장적응력으로 바뀌는 철강사 경영전략의 큰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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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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