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의 한 해를 보냈던 H형강 시장이 새출발을 고민하고 있다.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는 메이커와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고단했다’는 유통점. 그렇게 2017년 H형강 시장의 기억은 엇갈렸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던 가격구조는 물론, 여전히 불확실한 수요 등 새로운 한 해에서 풀어야할 숙제는 적지 않다. [편집자 주]


■ 2017년 회고 : 우여곡절의 혼돈..‘수입 감소 효자’

지난해 H형강 시장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연초부터 미뤄지던 수요가 성수기와 비수기를 지나는 동안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수요는 2016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반복했던 시장의 체감은 침체와 부진으로 기억됐다.

시장을 견인해야 했던 메이커의 부담도 컸다. 조기대선 변수로, 정부 토목공사와 대기업의 투자 연기가 예측하기 어려운 수요 변수로 작용했다. 예상치 못한 시점의 원부자재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안정적인 생산·판매와 가격정책의 어려움을 키웠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H형강 메이커의 판매목표 달성은 석 달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목표미달 부담으로 애를 끓였다.

H형강 메이커는 다분히 전략적인 견인책에 의존했고, 이를 따라가는 유통시장의 피로감은 어느 때 보다 컸다. 메이커-유통 가격차가 톤당 10만원 이상으로 벌어지는 상황까지 연출되는 등 메이커와 유통시장의 마감 실랑이도 어느 해보다 심각했다.

2017년 H형강 수요는 284만톤으로 전년 대비 6.9%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메이커의 내수판매는 218만톤으로 전년 대비 2.3%의 늘어난 반면, 수입은 전년 대비 28.3%나 줄어든 66만톤 규모에 그쳤다. 전체 시장의 수요는 감소했다. 하지만 큰 폭으로 줄어든 수입을 대체한 국내산 판매는 오히려 늘어나는 상반된 구조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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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H형강 시장은 수입 감소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17년 중국산 H형강 수입은 30만톤 선으로 연간 쿼터한도인 58만톤의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중국 현지의 높은 가격과 가격인상약속이 강력한 시너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연간 20만톤 규모로 늘어난 베트남(포스코)산 등 여타 수입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H형강 수입시장의 외형을 유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매출감소의 위기감을 느낀 수입업계는 철근 등 여타 철강재 수입으로 눈을 돌렸다. 바레인산 H형강과 같은 신규 공급처의 발굴 등 절박한 대안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수입산 H형강 시장점유율은 23.2%로, 전년 대비 6.9%포인트나 축소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4년의 37.4%에 비해서는 14.1%포인트가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가격 변동성은 컸다. 수급 기복과 폭등 수준의 원부자재 가격 변동이 맞물리면서 시중가격 변동폭이 확대됐다. 메이커의 강력한 인상의지와 열악했던 시장의 불안심리가 충돌하면서 시세 안정감을 크게 떨어트렸다.

2017년 H형강 평균 유통가격은 톤당 72만2,000원(소형)으로 전년 대비 6만1,000원 높았던 것으로 비교된다. 같은 기간 수입산(중국산) H형강 유통가격은 톤당 67만4,000원(소형)으로 전년 대비 10만9,000원이 높았다. 국내산-중국산 평균 가격차는 톤당 4만8,000원으로 전년의 9만6,000원의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저가매력 감소가 수입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분석을 뒷받침 할 만 한 비교다.

■ 2018년 전망 : 불확실한 수요, 기대와 자신감으로 승부(?)

올해 H형강 시장은 또 한 번의 막연한 기대로 시작됐다. 건설경기 위축이라는 큰 틀의 부담과 정부의 SOC 예산축소라는 짐을 짊어지게 됐다.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정부의 SOC 예산은 관련 산업의 구조조정과 신규사업 최소화 방침을 반영해 전년 대비 20.0% 축소 편성됐다. 도로와 철도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 항목의 예산이 대폭 줄었다.

H형강 업계는 2017년의 수요예측을 빗나가게 했던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의 투자나, 현대 삼성 사옥 건설 등 대기업 프로젝트 수요의 실현을 기대요소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H형강 업계에 큰 힘을 실어줬던 수입공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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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형강 메이커 2개사가 예측한 2018년 H형강 수요는 278만톤으로 전년 대비 2.1%(6만톤)의 미미한 감소를 기대했다. 이 가운데 메이커 내수판매는 217만톤으로 전년(218만톤)과 거의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은 60만톤으로 전년 대비 9.1%(6만톤)의 감소폭이 더해질 것으로 봤다.

이러한 예측에는 크게 두 가지 기대가 반영됐다. 첫 번째는 전체 수요는 감소하더라도, 열악한 여건의 수입시장 대체에 적극적인 기대를 걸었다. 두 번째는 대기업 대형 프로젝트 실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경쟁우위의 자신감을 반영했다.

올해 H형강 가격 또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예측했다. H형강 메이커는 2018년 가격을 톤당 72만원(71만원~73만원, 소형)으로 예측, 전년의 72만2,000원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다. 수요 감소 부담을 배제한 가격전망의 근거는 원부자재 가격 강세를 우선적인 설득력으로 삼았다. 내수시장 회복에 따른 시장 지배력 강화로, 원가상승분 반영과 시세 견인력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다는 분석이다.

H형강 메이커들은 올 한해 주목할 변수로 신KS 정착 여부와 시장변화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올해부터 의무 적용되는 신KS가 국내산과 수입산 H형강 시장 모두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KS 의무화가 비KS H형강 수입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중요 관심사다.

지난해 시장에서 연기됐던 대기업 투자수요의 현실화 여부도 주목할 변수로 봤다. 이 밖에 바레인산 등 중국산을 대체하는 비중국산 H형강의 수입변화나, 중국 가격동향과 통상압력 등도 주목할 관심사로 꼽았다. 대부분 올 한해 시장의 기대요소와 배치되는 관심사로, 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한 속내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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