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지난 7월 14일 드디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베일을 벗었다. 이 계획에서 정부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라는 세가지 핵심사업에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이 코로나19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와 산업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대전환 정책이라고 발표하였다. 정부의 이 야심찬 계획이 코로나 19로 사상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철강산업에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철강산업은 금번 코로나 19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WSD가 10년 연속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로 선정한 포스코마저도 지난 7월 22일 발표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창업 이후 최초로 1085억 원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내수가 줄고 수출이 막히고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라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영 실적은 철강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포스코와 유사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철강사들은 뉴딜 정책에서 단기적인 철강수요 부양 정책을 기대했을 것이다. 예전과 같이 SOC 투자를 늘리고 건축사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내심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정책의 방향은 기대와는 달리 장기적이면서 철강수요를 부양시키는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야심찬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강업계가 크게 호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도 중요하지만 국내 경제와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도 중요하다. 문제는 단기적인 정책이냐 장기적인 정책이냐가 아니라 산업계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여 경쟁력 제고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 정책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있다면 사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그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해야 하고, 역발상으로 새로운 경쟁력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뉴딜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 사업비가 투자되는 그린 뉴딜일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그린 뉴딜에 정부는 국비 42.7조원을 포함하여 총 73.4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요사업 중에서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사업이 철강산업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고려할 때 국가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추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기료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금속산업은 총전력 54% 이상을 소비했다. 철강산업이 전기료의 등락에 가장 민감한 산업인 것이다. 그리고 단일기업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2016년 한 해에만 1조1600억 원, 포스코도 같은 해 포항제철소만 4200억원 정도의 전기료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의 경우 철광석, 석탄과 같은 원재료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전기로의 경우 원재료인 고철 구매비용이 50%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전기료는 철강업체의 원가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뉴딜 정책의 진행과정에서 전기료가 얼마만큼 인상될 지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선적으로 철강업계는 자가발전 비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거나 전력 수요를 줄이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 대해서도 정책 이행과정 중 나타날 수 있는 급격한 전기료 인상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동시에 요구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 분야는 철강업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정책이다. 디지털 뉴딜에는 Data, Network, AI(D.N.A)의 생태계 강화와 교육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로 구성되어 있고, 2025년까지 총 58.2조원의 사업비가 투자될 예정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국내 철강산업의 생태계를 강건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회사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Smart Factory를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판매에 있어서도 On-Line 판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 전체로 눈을 돌렸을 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생태계 내에서도 이중구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철강재를 가공하는 회사들은 설비가 노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Smart Factory의 가장 기초적인 분야인 Data의 생산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선진화된 Smart Factory에서 효율적으로 생산된 소재가 낙후된 설비와 기술로 가공됨으로써 전체 철강 생태계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뉴딜 정책을 활용하면 국내 철강산업 생태계의 취약점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가공업체들에 대한 Data Dam 구축 작업에서 시작하되, 사전에 정부와 협회, 민간 철강 전문기관 등과 합동으로 철강 가공업체들의 D.N.A 실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정책이든지 간에 특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160조원이라고 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금번의 뉴딜 정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국내 철강업계를 당장 지원할 수는 없다. 금번 정책을 바라보는 국내 철강업계의 시각이 크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분야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철강업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철강산업의 생태계 전체 경쟁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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